김용호 사진작가. 사진 제공=경기아트센터[서울경제] “패션, 예술 같은 건 사람의 상상력을 벗어나야 하고, 중요한 건 창의성과 파격이라 생각해요. 이번 ‘사계의 노래’ 작업도 그 연장선에 있어요. 국악이건 서양음악이건 절정의 어떤 경지에 오른 그 자체가 세련된 거지, 서양음악을 해도 그 수준이 낮으면 촌스러워요. 무조건 트렌디하다고 해서 세련되지는 않아요”(김용호 사진사)사진과 음악, 이질적일 수도 있는 두 장르를 하나로 묶은 독특한 공연이 열릴 예정이라 눈길을 끌고 있다. 우선 ‘사계의 노래’는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구 경기도립국악단)이 오는 11·12일 경기아트센터에서 개최하는 공연이다. 사진은 이들 6명의 소리꾼들이 미리 선곡했던 자신들의 경험과 감정, 인상이 담긴 곡을 부르는 동안 무대 뒤의 대형 스크린에 띄워진다.이번에 음악과 사진을 융합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 김용호 사진가는 그동안 40년 넘게 화려하고 감각적인 패션사진, 광고사진들을 무수히 작업해 왔다. 최근 서울 서초구 자신의 작업실에서 서울경제와 만난 그는 국악과 자신의 작업이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는 질문에 “그동안 국악 하는 분들과 접점이 적었을 뿐”이라고 답했다.
김용호 사진가가 ‘사계의 노래’ 공연 출연자들이 노래하는 모습을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다. 곡의 시작부터 끝까지 촬영한 사진안에는 희로애락의 감정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사진 제공=경기아트센터평소 친분이 있던 원일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이 참여를 제안했고, 그는 ‘사계의 노래’라는 제목의 의미가 ‘사적인 계절의 노래’라는데 주목했다. 처음에 출연자들의 다양한 얼굴을 찍는 정도로 접근했다가 사진을 통해 음악의 메시지도 전달해보자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그는 출연자들을 스튜디오로 불러 무대에서 선보일 곡들을 불러달라고 했다. 동작을 좀 크게 하고 감정을 충분히 표현해달라는 부탁 외에 다른 디렉션을 하지 않았다. 이에 소리꾼들은 김 사진가 앞에서 어릴적 추억이나 가정환경, 성장과정 등 다양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노래했다. 그 모습에 담긴 소리꾼들의 감정을 사진에 담아내기 위해 노래가 시작하는 순간부터 끝날 때까지 아웃포커싱, 패닝, 흔들며 찍기 등 다양한 기법을 총동원해 실시간으로 사진을 찍었다.김 사진가는 “촬영 후 나온 사진을 보고 매우 감동적이었다. 연출가에게도 사진을 모두 써 달라고 했다”며 “소리꾼들이 감정에 충실했던 덕분에 나도 노래에 흠뻑 빠졌다. 그들이 흥에 겨우면 흥이 났고, 눈물을 흘리면 함께 눈물이 났다”고 돌아봤다.“예산 문제로 헤어·메이크업·코디도 제대로 받지 못한 상태에서 소리꾼들에겐 감정이 담긴 노래가 최고의 무기였고, 그들의 모습에 진짜 감동을 느꼈어요. 공연의 주인공은 내가 찍은 사진이 아니라 출연자들인데, 그들을 사진으로 잘 표현했다는 자부심이 생겼어요.”
김용호 사진가가 ‘사계의 노래’ 공연 출연자들이 노래하는 모습을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다. 곡의 시작부터 끝까지 촬영한 사진안에는 희로애락의 감정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사진 제공=경기아트센터한편 김 사진가는 이번 공연 외에도 다양한 작업물을 내놓는다. 고(故) 이어령 선생의 타계 전 1년간 촬영한 작품을 모은 사진전 ‘목전심후 ? 모던보이와 함께한 오후들’도 14일까지 진행 중이다. 평소 1세대 예술가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던 차에 이어령 선생이 투병 중이라는 소식을 접했고, 말년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다는 의사를 전하고 어렵게 승낙을 받았다고 그는 돌아봤다. ‘신여성’ 시리즈, 현대카드·현대차 광고사진 등 40여년 활동하며 남긴 주요 작품들을 하나로 모은 책 ‘포토 랭귀지’도 조만간 출간한다.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사계의 노래’ 포스터. 사진 제공=경기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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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연구원 소속 연구원들이 다누리의 발사장 이송 전 최종 점검 작업을 수행 중인 모습.(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지구의 유일한 자연위성 달. 지구를 제외하면 인류와의 물리적 거리(평균 38만4400km)가 가장 가까운 천체다. 이를 탐사할 우리나라의 첫 궤도선(탐사선) ‘다누리’가 발사장 이송 전 모든 작업을 완료하고 그 모습을 외부에 처음으로 드러냈다.달을 탐사하고자 한 인류의 ‘꿈’은 이미 일부분 실현됐다. 1969년 미국은 달에 사람을 보냈다. 1972년까지 6차례 달에 인간의 발자국이 찍혔다. 이때 가져온 토양에서 최근 식물(애기장대)이 싹을 틔우기도 했다. 지구에서 볼 수 없는 달의 뒷면에 대한 정보도 다양한 인공위성들을 통해 획득한 상태다.우리나라가 달 주위를 도는 탐사 궤도선인 ‘다누리’를 발사하는 시점은 2022년 8월3일 오전 8시20분(한국시간)으로 예정돼 있다. 1969년 달에 사람을 보낸 국가도 있는데, 우리는 왜 지금 탐사선을 쏘아 올려야 할까.우리나라 달 탐사 계획은 당위성·실현 가능성·비용 등의 문제로 정권 변화에 따라 계속해서 다양한 부침을 겪었다. ‘왜 달을 탐사하는가’에 대한 시각이 지속해서 사업 추진에 걸림돌로 작용한 셈이다.우리나라의 달 탐사 계획은 ‘2020년 달 궤도선 발사·2025년 달 착륙선 발사’를 목표로 2007년 노무현 정부 때 처음으로 우주개발 실천 로드맵에 담겼다. 이후 박근혜 정부에선 이를 ‘2018년 달 궤도선 발사·2020년 달 착륙선 발사’로 시점을 앞당겼다. 문재인 정부에선 ‘2020년 달 궤도선 발사·2030년 달 착륙선 발사’로 늦췄다. 이후 중량 증가로 인한 비용 문제 등이 제기되며 ‘2022년 달 궤도선 발사·2030년 이후 달 착륙선 발사’로 최종 결정됐다.다누리, 韓 우주탐사 ‘첫 발자국’ 의미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그런데도 달 탐사가 우리나라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 3일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본원에서 열린 다누리 언론 공개 행사에서 “2007년 우주개발 실천 로드맵에 달 궤도선 발사 계획이 포함되는 과정에도 참여했다. 당시에도 1969년에 이미 유인 달 탐사까지 이뤄졌는데 ‘우리가 이걸 왜 하는가’란 논의가 있었다”며 “가장 단순하게 다누리는 우리가 우주 탐사에 대한 첫발을 뗀다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누리는 지구 중력장을 벗어나 다른 천체 중력장에서 운용되는 우리나라 첫 물체다. 이 시도 자체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하단 설명이다.김대관 항우연 달탐사사업단장은 이와 함께 달 탐사선이 항해하는 궤도 역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했다. 그는 “다누리의 목적지는 우리와 가장 가까운 천체인 달이지만 항해 과정은 대단히 길다”며 “지구로부터 150만km가 넘는 지점을 항해한 후 달에 도착하는 만큼 상당히 도전적인 미션이자, 우리나라가 발사하는 첫 우주탐사선이란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대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사업단장이 지난 3일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본원에서 개최된 다누리 현장설명회에서 탐사 과정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정두용 기자)달에 탐사선을 보내는 방법은 크게 3가지가 있다. △곧장 달로 향하는 직접전이 방식(Direct Transfer) △지구 주위를 3.5바퀴 돌며 점차 거리를 늘려나가 달에 접근하는 위상궤도 전이 방식(Phasing Loop Transfer·PLT) △지구·태양·달 등의 중력 특성을 이용하는 탄도형 전이 방식(Ballistic Lunar Transfer·BLT) 등이 사용된다. 우리나라는 당초 PLT를 고려했으나, 무게 증가로 BLT를 통해 탐사선을 달에 보내기로 했다.BLT 방식을 사용하면 탐사선이 달까지 도착하는 데 약 4.5개월 소요된다. 비행시간이 길지만 다른 방식과 비교해 연료 소모량이 약 25%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다누리는 이 때문에 지구와 태양 간의 라그랑주점(두 천체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 중 하나인 L1 포인트(지구로부터 약 156만km)를 들렸다 달로 향하게 된다.항우연은 이 BLT 항해 과정을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과 협력해 수행한다. 기체 운용을 직접 컨트롤하며 다양한 기동 기술을 실증할 수 있다. 김 단장은 150만km가 넘는 거리인 심우주(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와 같거나 그것보다 먼 거리에 있는 우주 공간)에 기체를 보내는 과정 역시 달 탐사만큼이나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다누리엔 인류가 그간 달에 보낸 궤도선 중 처음으로 광시야 편광 카메라(폴캠)가 실린다. 처음으로 시행되는 관측인 만큼 학술적 의미도 상당하다. 편광 카메라로 달의 뒷면을 촬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도 하다.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한 폴캠은 특정 방향으로만 진동하는 빛인 편광을 활용, 달 표면의 입자 크기나 티타늄 분포를 확인하게 된다.다누리엔 폴캠 외에도 국내에서 개발된 4종의 탑재체(카메라·측정기·센서 등 관측 장비)와 함께 나사에서 개발한 탑재체 1종이 실려 있다. 국내에서 개발된 장비를 통해 △달 착륙 후보지 탐색 △달 과학연구(자기장·방사선 관측 등) △우주인터넷 기술 검증 등의 과학 임무가 수행된다. 나사 탑재체를 통해선 달 극지방 촬영이 이뤄진다. 우리나라는 이 과정에서 획득한 탐사 정보를 세계에 조건 없이 공개할 방침이다.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이 지난 3일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본원에서 개최된 다누리 현장설명회에서 ‘우리나라 첫 달 탐사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정두용 기자)다누리는 나사와 공동으로 기기를 개발한 협력 프로젝트라는 점에서도 우리나라의 우주탐사 기회 확장이란 의미를 내포한다. 항우연은 달 탐사선을 개발하고 BLT를 통한 달 접근 방식 확정 과정 등에서 나사의 지원을 받았다. 이는 다누리에 유일한 외산 탑재체인 나사의 섀도캠(ShadowCam)이 실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해당 장비는 달의 남북극 지방 충돌구 속 영구음영지역을 촬영한다. 태양광선이 전혀 닿지 않는 지역도 관측이 가능한 고정밀 카메라다. 다누리는 이를 통해 달의 영구음영지역을 면밀하게 탐사한다. 이 지역은 물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돼 인류의 착륙 후보지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이 원장은 “다누리는 우리나라와 나사가 하드웨어적으로 밀접하게 협력한 첫 사례”라며 “이번 탐사를 성공적으로 마쳐 신뢰를 쌓게 된다면 나사와 함께 더 크고 도전적인 일을 함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이 우리나라를 우주개발에 파트너로 보고 있어 ‘아르테미스 계획(미국 주도의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등 다양한 제안을 받고 있다”며 “다누리는 우리나라가 심우주 탐사로 넘어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준비 끝난 다누리, 미국 이송 후 ‘우주로’다누리는 현재 발사장 이송 전 마무리 작업을 마친 상태다. 다누리는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커네버럴 미 우주군기지에서 발사된다.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의 로켓 ‘팰컨9-5500’이 사용된다.항우연은 이를 준비하기 위해 그간 △극저온·고온·전자파 등 우주 환경 모사 시험 △표면 다층 박막 단열재(MLI) 장착 △발사장 이송이 가능한지 여부를 확인하는 선적 전 검토회의(PSR) 등을 진행했다. 항우연은 발사장 이송 전 검증을 통해 다누리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다. 다누리는 이에 따라 오는 7월5일 항온·항습·진동방지 등의 기능이 담긴 전용 특수 컨테이너에 실려 인천공항에서 미국 케이프커네버럴 우주군기지로 이송된다.연구진은 현지에서 다누리가 이송 과정 중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는지를 다시 검증한 후 발사를 진행한다. 별다른 이슈가 없다면 예정대로 8월3일 발사된다. 발사 이후 다누리의 달 전이 과정 및 달 궤도 임무 수행은 항우연 임무운영센터의 관제를 통해 이뤄진다. 임무운영센터는 다누리 관제 및 운영을 총괄 통제하는 곳이다. 다누리 초기운영 관제를 위해 지금까지 약 6개월간 약 60명의 운영 인원이 참여한 가운데 총 6번(216시간)에 걸쳐 리허설을 실시, 임무 수행을 준비해 왔다.
다누리의 궤도 운영부터 달 도착 후 관측 임무까지 모든 운용이 이루어지는 관제실에서 연구원들이 사전 리허설을 진행하고 있다.(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다누리는 BLT 궤적에 따라 4.5개월 동안 총 9회의 수정 기동을 수행하게 된다. 달 중력장에 포획되는 시점은 12월16일이다. 달 극지방을 지나는 고도 100km의 원 궤도를 그리는 시점은 오는 12월31일로 예정돼 있다. 다누리는 목표 궤도에 진입 후 1년간 과학 임무 탑재체 6종을 통해 다양한 관측을 수행하게 된다.한편 크기 2.14×1.82×2.19(m)에 무게 678kg의 달 궤도선인 다누리는 대국민 공모전을 통해 지난달 23일 그 이름이 확정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응모된 6만2719건을 심사해 순우리말인 ‘달’과 누리다의 ‘누리’가 더해진 다누리를 우리나라 첫 우주 탐사선 이름으로 정했다. 달을 남김없이 모두 누리고 오길 바라는 마음과 최초의 달 탐사가 성공적이길 기원하는 의미가 담겼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소속 연구원들이 다누리의 발사장 이송 전 최종 점검 작업을 수행 중인 모습.(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지구의 유일한 자연위성 달. 지구를 제외하면 인류와의 물리적 거리(평균 38만4400km)가 가장 가까운 천체다. 이를 탐사할 우리나라의 첫 궤도선(탐사선) ‘다누리’가 발사장 이송 전 모든 작업을 완료하고 그 모습을 외부에 처음으로 드러냈다.달을 탐사하고자 한 인류의 ‘꿈’은 이미 일부분 실현됐다. 1969년 미국은 달에 사람을 보냈다. 1972년까지 6차례 달에 인간의 발자국이 찍혔다. 이때 가져온 토양에서 최근 식물(애기장대)이 싹을 틔우기도 했다. 지구에서 볼 수 없는 달의 뒷면에 대한 정보도 다양한 인공위성들을 통해 획득한 상태다.우리나라가 달 주위를 도는 탐사 궤도선인 ‘다누리’를 발사하는 시점은 2022년 8월3일 오전 8시20분(한국시간)으로 예정돼 있다. 1969년 달에 사람을 보낸 국가도 있는데, 우리는 왜 지금 탐사선을 쏘아 올려야 할까.우리나라 달 탐사 계획은 당위성·실현 가능성·비용 등의 문제로 정권 변화에 따라 계속해서 다양한 부침을 겪었다. ‘왜 달을 탐사하는가’에 대한 시각이 지속해서 사업 추진에 걸림돌로 작용한 셈이다.우리나라의 달 탐사 계획은 ‘2020년 달 궤도선 발사·2025년 달 착륙선 발사’를 목표로 2007년 노무현 정부 때 처음으로 우주개발 실천 로드맵에 담겼다. 이후 박근혜 정부에선 이를 ‘2018년 달 궤도선 발사·2020년 달 착륙선 발사’로 시점을 앞당겼다. 문재인 정부에선 ‘2020년 달 궤도선 발사·2030년 달 착륙선 발사’로 늦췄다. 이후 중량 증가로 인한 비용 문제 등이 제기되며 ‘2022년 달 궤도선 발사·2030년 이후 달 착륙선 발사’로 최종 결정됐다.다누리, 韓 우주탐사 ‘첫 발자국’ 의미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그런데도 달 탐사가 우리나라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 3일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본원에서 열린 다누리 언론 공개 행사에서 “2007년 우주개발 실천 로드맵에 달 궤도선 발사 계획이 포함되는 과정에도 참여했다. 당시에도 1969년에 이미 유인 달 탐사까지 이뤄졌는데 ‘우리가 이걸 왜 하는가’란 논의가 있었다”며 “가장 단순하게 다누리는 우리가 우주 탐사에 대한 첫발을 뗀다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누리는 지구 중력장을 벗어나 다른 천체 중력장에서 운용되는 우리나라 첫 물체다. 이 시도 자체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하단 설명이다.김대관 항우연 달탐사사업단장은 이와 함께 달 탐사선이 항해하는 궤도 역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했다. 그는 “다누리의 목적지는 우리와 가장 가까운 천체인 달이지만 항해 과정은 대단히 길다”며 “지구로부터 150만km가 넘는 지점을 항해한 후 달에 도착하는 만큼 상당히 도전적인 미션이자, 우리나라가 발사하는 첫 우주탐사선이란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대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사업단장이 지난 3일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본원에서 개최된 다누리 현장설명회에서 탐사 과정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정두용 기자)달에 탐사선을 보내는 방법은 크게 3가지가 있다. △곧장 달로 향하는 직접전이 방식(Direct Transfer) △지구 주위를 3.5바퀴 돌며 점차 거리를 늘려나가 달에 접근하는 위상궤도 전이 방식(Phasing Loop Transfer·PLT) △지구·태양·달 등의 중력 특성을 이용하는 탄도형 전이 방식(Ballistic Lunar Transfer·BLT) 등이 사용된다. 우리나라는 당초 PLT를 고려했으나, 무게 증가로 BLT를 통해 탐사선을 달에 보내기로 했다.BLT 방식을 사용하면 탐사선이 달까지 도착하는 데 약 4.5개월 소요된다. 비행시간이 길지만 다른 방식과 비교해 연료 소모량이 약 25%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다누리는 이 때문에 지구와 태양 간의 라그랑주점(두 천체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 중 하나인 L1 포인트(지구로부터 약 156만km)를 들렸다 달로 향하게 된다.항우연은 이 BLT 항해 과정을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과 협력해 수행한다. 기체 운용을 직접 컨트롤하며 다양한 기동 기술을 실증할 수 있다. 김 단장은 150만km가 넘는 거리인 심우주(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와 같거나 그것보다 먼 거리에 있는 우주 공간)에 기체를 보내는 과정 역시 달 탐사만큼이나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다누리엔 인류가 그간 달에 보낸 궤도선 중 처음으로 광시야 편광 카메라(폴캠)가 실린다. 처음으로 시행되는 관측인 만큼 학술적 의미도 상당하다. 편광 카메라로 달의 뒷면을 촬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도 하다.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한 폴캠은 특정 방향으로만 진동하는 빛인 편광을 활용, 달 표면의 입자 크기나 티타늄 분포를 확인하게 된다.다누리엔 폴캠 외에도 국내에서 개발된 4종의 탑재체(카메라·측정기·센서 등 관측 장비)와 함께 나사에서 개발한 탑재체 1종이 실려 있다. 국내에서 개발된 장비를 통해 △달 착륙 후보지 탐색 △달 과학연구(자기장·방사선 관측 등) △우주인터넷 기술 검증 등의 과학 임무가 수행된다. 나사 탑재체를 통해선 달 극지방 촬영이 이뤄진다. 우리나라는 이 과정에서 획득한 탐사 정보를 세계에 조건 없이 공개할 방침이다.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이 지난 3일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본원에서 개최된 다누리 현장설명회에서 ‘우리나라 첫 달 탐사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정두용 기자)다누리는 나사와 공동으로 기기를 개발한 협력 프로젝트라는 점에서도 우리나라의 우주탐사 기회 확장이란 의미를 내포한다. 항우연은 달 탐사선을 개발하고 BLT를 통한 달 접근 방식 확정 과정 등에서 나사의 지원을 받았다. 이는 다누리에 유일한 외산 탑재체인 나사의 섀도캠(ShadowCam)이 실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해당 장비는 달의 남북극 지방 충돌구 속 영구음영지역을 촬영한다. 태양광선이 전혀 닿지 않는 지역도 관측이 가능한 고정밀 카메라다. 다누리는 이를 통해 달의 영구음영지역을 면밀하게 탐사한다. 이 지역은 물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돼 인류의 착륙 후보지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이 원장은 “다누리는 우리나라와 나사가 하드웨어적으로 밀접하게 협력한 첫 사례”라며 “이번 탐사를 성공적으로 마쳐 신뢰를 쌓게 된다면 나사와 함께 더 크고 도전적인 일을 함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이 우리나라를 우주개발에 파트너로 보고 있어 ‘아르테미스 계획(미국 주도의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등 다양한 제안을 받고 있다”며 “다누리는 우리나라가 심우주 탐사로 넘어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준비 끝난 다누리, 미국 이송 후 ‘우주로’다누리는 현재 발사장 이송 전 마무리 작업을 마친 상태다. 다누리는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커네버럴 미 우주군기지에서 발사된다.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의 로켓 ‘팰컨9-5500’이 사용된다.항우연은 이를 준비하기 위해 그간 △극저온·고온·전자파 등 우주 환경 모사 시험 △표면 다층 박막 단열재(MLI) 장착 △발사장 이송이 가능한지 여부를 확인하는 선적 전 검토회의(PSR) 등을 진행했다. 항우연은 발사장 이송 전 검증을 통해 다누리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다. 다누리는 이에 따라 오는 7월5일 항온·항습·진동방지 등의 기능이 담긴 전용 특수 컨테이너에 실려 인천공항에서 미국 케이프커네버럴 우주군기지로 이송된다.연구진은 현지에서 다누리가 이송 과정 중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는지를 다시 검증한 후 발사를 진행한다. 별다른 이슈가 없다면 예정대로 8월3일 발사된다. 발사 이후 다누리의 달 전이 과정 및 달 궤도 임무 수행은 항우연 임무운영센터의 관제를 통해 이뤄진다. 임무운영센터는 다누리 관제 및 운영을 총괄 통제하는 곳이다. 다누리 초기운영 관제를 위해 지금까지 약 6개월간 약 60명의 운영 인원이 참여한 가운데 총 6번(216시간)에 걸쳐 리허설을 실시, 임무 수행을 준비해 왔다.
다누리의 궤도 운영부터 달 도착 후 관측 임무까지 모든 운용이 이루어지는 관제실에서 연구원들이 사전 리허설을 진행하고 있다.(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다누리는 BLT 궤적에 따라 4.5개월 동안 총 9회의 수정 기동을 수행하게 된다. 달 중력장에 포획되는 시점은 12월16일이다. 달 극지방을 지나는 고도 100km의 원 궤도를 그리는 시점은 오는 12월31일로 예정돼 있다. 다누리는 목표 궤도에 진입 후 1년간 과학 임무 탑재체 6종을 통해 다양한 관측을 수행하게 된다.한편 크기 2.14×1.82×2.19(m)에 무게 678kg의 달 궤도선인 다누리는 대국민 공모전을 통해 지난달 23일 그 이름이 확정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응모된 6만2719건을 심사해 순우리말인 ‘달’과 누리다의 ‘누리’가 더해진 다누리를 우리나라 첫 우주 탐사선 이름으로 정했다. 달을 남김없이 모두 누리고 오길 바라는 마음과 최초의 달 탐사가 성공적이길 기원하는 의미가 담겼다.